제 2장 아빠와 우나 (우나의 집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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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장 우나의 집

  우나, 종이에 뭔가 끄적거리고 있다. (사각사각 소리).

   우나 나레이션: 나는 가끔 상상한다. 말하는 생물체가 다 죽고 우리가 한 말들만 지구에 남는다면

   영남: 우나엄마.

   아무 대답 없다.

   우나 나레이션: 지구는 얼마나 무거울까?

   영남: 우나엄마 어디있어? 어?
 우나 나레이션: 그 말들이 걸어다닌다면 어떤 소리를 낼까?

   영남, 냉장고 문을 연다.

   영남: 아니 이 여편네가 점심이 다 됐는데 밥도 안하고 어디갔어?

   우나 나레이션: 우리가 하는 말들은

   영남: 에이 배고픈데 야 우나야.

   우나 나레이션: 우리 입에서 나온 순간부터

   영남: 야! 아니 이 집안 여자들이 단체로 가출이라도 했나?

   영남 우나 방문을 벌컥 연다.

   영남: (화난 목소리로) 야 너 있는데 왜 대답을 안하냐.
 우나: 네? 못들었어요. 죄송해요.
 영남: 지금이 몇시야?
 우나: 1시 10분요.
 영남: 엄마 어디갔어?
 우나: 엄마 저기 406호 아줌마 만나러 갔는데요. 아파트에 물 새는 것 땜에 그 분이랑 상의할게 있다고 했어요.
 영남: 아 정말 여편네들은 만나면 수다떠느라 정신을 못차리지.
 우나: …
 영남: 넌 뭐하냐.
 우나: 공부했죠. (라고 말하며 책을 슬쩍 숨긴다)
 영남: 아니 공부 하면서 뭐 이래 정신사나운 음악을 들어?
 우나: 그게 집중이 잘돼서요.
 영남: (못마땅하지만 애써 자상한 척) 그러냐? 9급은 꼭 붙어야 되는거 알지? 그것도 안붙으면 너는 진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. 나이 조금 더 먹으면 여자들은 취직도 잘 안돼.
 우나: 네. 알아요…… (잠시 눈치보다) 식사하셨어요?
 영남: 아니 배고파 죽겠다.
 우나: 잠시만요. 밥 차려드릴게요.
   우나 방문을 닫는다. 영남과 우나의 발소리가 들린다.

   우나 나레이션: 우리가 하는 말들은 입에서 나온 순간부터 에너지를 갖는다.